AX 인재전쟁 프롤로그: 문제를 고르는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 Bogy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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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인재전쟁 프롤로그: 문제를 고르는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발견한 AX 인재전쟁에 무신사 트랙 하나만 선택해 참가한 이유와, AI 시대의 문제 정의와 Taste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

인스타그램을 넘기다 AX 인재전쟁 광고를 봤다. 지금 남아 있는 이 Shorts 영상과 같은 영상으로 기억한다. 기업이 낸 문제를 AI로 풀고 결과물로 증명하는 대회라는 설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말은 문제 정의였다.

대학생 때 해커톤과 공모전에 많이 참가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역할을 나누고, 결과물과 발표까지 만드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대회는 풀어야 할 문제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참가자는 정해진 문제 안에서 더 좋은 해결책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 됐다.

AX 인재전쟁은 출발점이 달랐다. 무엇을 만들지에 앞서 무엇을 문제로 볼지, 어디까지 좁힐지부터 참가자가 결정해야 했다. 내가 익숙했던 문제 풀이 능력보다 그 앞에 있는 판단을 시험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대회에서 시험하고 싶었던 것

주어진 문제를 빠르게 푸는 능력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중 풀 가치가 있는 문제를 고르고 그 선택을 근거로 설명하는 능력이었다.

파란색과 노란색 심벌 옆에 AX 인재전쟁이라고 적힌 공식 로고

AX 인재전쟁 공식 로고. 출처: 공식 모집 페이지

문제를 잘 푸는 것과 좋은 문제를 고르는 것은 다르다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은 비교적 설명하기 쉽다.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비교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작동하는 결과를 만들면 된다. 반면 좋은 문제를 고르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현상을 중요하게 볼지, 누구의 불편을 먼저 다룰지, 넓은 문제에서 무엇을 버릴지에 따라 이후의 모든 작업이 달라진다. 같은 자료와 도구를 가지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문제를 정의할 수 있다.

나는 AI 시대에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Taste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Taste는 결과물을 보기 좋게 만드는 감각만을 뜻하지 않는다. 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문제로 삼을지, 어떤 답은 그럴듯해도 버릴지, 어디까지 증명해야 충분한지를 판단하는 안목에 가깝다.

AI는 조사하고, 코드를 만들고, 문서를 다듬는 비용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실행 속도의 차이가 줄어들수록 “무엇을 시킬 것인가”와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AX 인재전쟁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 능력을 결과물뿐 아니라 문제 정의부터 평가하는 대회로 보였다.

세 트랙 대신 무신사 하나만 선택했다

지원자는 최대 세 개의 기업 트랙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여러 트랙에 지원했다면 본선에 갈 가능성은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무신사 트랙 하나만 선택했다.

내가 본 선택지 가운데 무신사 트랙은 문제를 가장 덜 좁혀둔 트랙이었다. 정답에 가까운 결과물의 형태를 요구하기보다, 회사와 산업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문제로 정의할지부터 참가자에게 남겨뒀다. 문제 정의를 출발점으로 삼는 이 대회의 의의를 가장 선명하게 시험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선택은 패션 도메인을 잘 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도 공개된 근거를 모으고, 내 관점으로 문제를 좁히고, 그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선택지를 넓혀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것보다, 가장 열린 문제 하나에 집중하는 편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와 맞았다.

AX 인재전쟁 예선 과제 페이지 상단에 무신사 선택 배지가 표시된 지원 화면

지원 당시 무신사 트랙만 선택한 예선 과제 화면

AI가 없을 때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방식

대회에서는 AI를 이용해 더 빨리 코드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AI가 없었다면 시간과 비용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싶었다.

뉴스, 커뮤니티, 기업 공식 홈페이지, 법령, GitHub, LinkedIn과 채용 공고처럼 성격이 다른 출처를 넓게 조사한다. 한 번에 읽기 어려운 자료는 여러 작업으로 나누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나온 결과를 비교한다. 처음 세운 가설을 지지하는 자료만 모으지 않고 반례와 확인할 수 없는 부분도 함께 남긴다.

중요한 것은 자료의 양이 아니었다. 많은 자료에서 어떤 사실을 믿을 수 있는지, 그 사실이 내가 정의한 문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동시에 한 가지를 증명하고 싶었다.

AI로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최종 결과물 안에 반드시 AI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AI는 조사, 대안 탐색, 반론, 구현과 검증을 돕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최종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이 예측 모델이나 챗봇이 아니라면, 억지로 AI 기능을 넣지 않아도 된다. 문제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검증 가능한 답을 만드는 데 AI를 사용했다면 그것도 충분히 AI로 문제를 푼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넓게 탐색하고, 좁게 결정하고, 근거를 남긴다

예선과 본선에서 만든 결과물은 달랐지만 전체 전략은 같았다.

넓게 탐색한다

처음부터 솔루션을 정하지 않는다. 기업과 산업, 사용자, 공개된 업무와 제약을 먼저 살핀다. AI를 이용해 탐색의 범위는 넓히되, 회사가 직접 밝힌 사실과 외부에서 관찰한 신호, 아직 확인하지 못한 추정을 구분한다.

좁게 결정한다

조사한 내용을 모두 결과물에 넣지 않는다. 누가, 언제, 무엇을 보고, 어떤 결정 하나를 내려야 하는지까지 문제를 좁힌다. 짧은 시간에 넓은 제품을 흉내 내기보다 한 가지 판단을 끝까지 설명하는 쪽을 택한다.

근거를 남긴다

AI가 작성한 설명, 코드가 계산한 값과 화면이 보여주는 결과가 같은 근거로 이어지게 한다. 모르는 것을 없는 것으로 바꾸지 않고, 증명하지 못한 효과를 성과처럼 말하지 않는다.

이 전략은 결국 Taste를 결과로 남기는 방법이었다. 직관만 주장하는 대신, 무엇을 선택하고 버렸는지 다른 사람이 되짚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넓게 탐색한다
  → 한 사람의 한 가지 결정으로 좁힌다
    → 선택과 포기의 근거를 남긴다

이 시리즈에서 다룰 것

이 시리즈는 AX 인재전쟁을 네 편으로 나눠 기록한다.

첫 글인 이 프롤로그에서는 대회를 선택한 이유와 전체 전략까지만 다뤘다. 다음 글에서는 예선에서 공개 근거로 문제를 찾고 실행 가능한 흐름으로 만든 과정을 정리한다. 세 번째 글은 본선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좁히고 증명한 과정을 다룬다. 마지막 글에서는 두 과정을 함께 놓고 효과가 있었던 선택과 다시 설계할 부분을 돌아본다.

이 시리즈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AI로 얼마나 많은 것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다.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아진 상황에서 무엇을 문제로 선택했고, 어떤 판단은 AI에게 넘기지 않았으며, 그 선택을 어떻게 근거로 남겼는지다.